古代 中國에서부터 성립한 中央集權體制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제도적 장치인 郡縣制의 기원과 성격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 성과가 있다. 하지만 戰國秦에서부터 漢初까지 郡 자체의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며, 그 역할과 권한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등장하였다. 또한 자료의 부족으로 秦과 漢初를 묶어서 郡에 대해 논했던 방식이 ''簡牘의 출토와 釋文의 발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특히 최근 발표된『里耶秦簡』(『里耶秦簡牘校釋』)을 분석하면, 戰國時代 秦律(『睡虎地秦簡』)에 보이는 ''內史-縣의 일원적 체계''로 인하여 秦의 郡이 소극적 역할을 했다는 견해와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戰國秦에서 漢初까지 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簡牘자료를 중심으로 각 시대에 따라 郡에 대한 역할과 권한을 분석하였다. 또한 이러한 분석을 통괄하여 戰國秦에서 漢初까지 郡의 변화과정을 그려보고, 中央集權體制 완성의 한 指標임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먼저『睡虎地秦簡』의 ''內史-縣 중심의 체계''가 보이는 현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漢初의 郡과 內史가 같은 秩級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郡과 함께 內史를 분석하였다. 이에 앞서 戰國時代 다른 國과는 다른 秦만의 縣과 郡의 특징을 분석하였는데, 秦의 郡은 초기부터 상급행정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또한 통일 과정 속에서 秦의 영역확장에 따른 ''郡''과 ''京師지역의 縣을 관할하는 內史''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았다. 秦이 확장된 영역을 통치하는데 內史로는 그 한계를 지녔기에 郡이 설치되었고, 그러한 측면에서 戰國秦에서도 郡은 軍事업무 뿐 아니라 行政업무도 필수적으로 담당하였다.
다음으로 戰國秦의『睡虎地秦簡』과 統一秦의『里耶秦簡』을 중심으로 秦의 內史와 郡에 대한 검토를 거치고, 漢初의『張家山漢簡』까지 분석하였다. 戰國秦시기의『睡虎地秦簡』에서 內史는 諸 분야를 관할하며 ''內史-縣''의 체계가 보였다. 반면에 郡도 財政분야를 제외하고는 ''郡-縣''이라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었다. 그런데 統一秦시기의『里耶秦簡』에서 內史는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財政분야나 문서를 하달하는 중개역할만 보인다. 반면에 郡은 財政분야를 포함하여 諸 분야를 관할하고 ''郡-縣''의 체계가 다수 보였다. 漢初의『張家山漢簡』에서 內史는 대체로 財政분야만을 ''內史-縣''이라는 체계로 관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關中에 대한 통제권도 가지고 있어서 關中의 縣을 관할하는 지방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郡은 財政분야 뿐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까지 관할하고 있는데, ''中央-郡-縣''의 체계적인 계통이 확립되어져 있었다. 결국, 戰國秦에서 漢初까지 內史는 그 직무와 권한이 축소되는 반면, 郡은 증가되는 특징을 나타냈다. 郡은 이미 戰國秦에서부터 漢初까지 행정체계 상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권한도 일정정도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前漢初에 二千石官인 郡이 同級인 內史 및 여러 관직과의 관계를 통해 郡의 位相을 평가했다. 그 전에 먼저 京師지역을 관할한 內史의 변화과정을 정리했는데, 漢에서는 三輔로 분화되었다. 여전히 京師지역(關中)의 특성상, 內史는 郡보다는 특수성을 지닌 행정구역이었지만, 三輔로의 변화는 郡처럼 지방행정조직으로 편제되었음을 의미한다. 前漢初에 郡은 이러한 內史와 함께 여러 관직들과 같은 二千石이었다. 그러나 후에, 郡은 二千石보다 높은 中二千石의 中央官과 二千石보다 낮은 比二千石의 諸侯國의 相의 중간에 위치했다. 이는 皇帝中央集權體制의 완성과정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郡은 漢의 文帝와 景帝시기를 거치면서 점차 체제가 정비되어가다가, 武帝시기에는 막강해진 권한을 통해 불법을 자행하였다. 결국 武帝시기 刺史部의 설치로 귀결되었고, 이 같은 사실은 이미 漢初에 郡의 영향력이 일정정도 이상이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