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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포로」에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일본인들과의 인간적인 교제는 전사한 아들을 둔 할아버지에 대한 배려와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 외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조선인이기 때문에 군에 가지 않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미안해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나 내셔널리티에 따른 그의 언행이 아니라, 조선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와 같이 일본인들과 나누는, 인종과 민족을 초월한 휴머니즘적 배려와 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쫓기는 나날」과 「벌거숭이 포로」에서는 윤정화의 지적과는 달리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조선인에 대한 <불신> <차별> <멸시> <탄압> <위협> <위치> <인식>에 의해 오히려 그의 초민족적 내셔널리티에 대한 회의와 함께 조선인으로서 휴머니즘적 배려와 정으로 일본생활을 지탱해 온 자신의 정체성마저 혼란을 겪는다. 하야시 코지의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그리거나 (略), 재일조선인의 차별이나 곤란함을 규탄하는 작품도 쓰지 않았다>라는 그의 평은 적어도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본제국주의의 정책과 일본인 일본사회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위치를 비판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벌거숭이 포로」 또한 일본제국주의의 징용령에 쫓기며 일본사회의 온갖 차별과 멸시 그리고 불신 속에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 청년의 고난과 역경의 인생 궤적을 그린 소설로, 정승박의 자서전적 요소의 진위여부를 떠나 식민지 피식민지라는 어두웠던 한･일 과거 역사 속에서 태평양전쟁과 더불어 초민족적 내셔널리티와 휴머니즘의 상실로 이어질 수 프로세스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의 전반에 걸친 휴머니즘은 국가나 민족 그리고 이념을 초월한 인간적인 배려와 이해 그리고 사랑이며, 그 어느 국가나 민족도 불의와 무력, 폭력은 비판 고발 되어야 한다는 문학적 테마를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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