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생활 주변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관점도 점차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이 글도 가깝게는 동물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시의적 관심들과 무관하지 않되, 학문적으로는 탈근대의 인문학적 사유의 주류를 형성하는 포스트인간중심주의와 기본적 관점을 같이하면서, 구체적으로는 탈근대의 희곡(연극)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성의 문제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동물의 탈경계성 연구의 참고가 되는 윤리적, 존재론적, 정치적 사유들로는 Derrida와 Levinas의 타자성(Otherness), Agamben의 ‘벌거벗은 생명’, Deleuze의 ‘동물-되기(devenir, becoming)’론, 그밖에 최근의 생태학적 관점의 생명공존 사상들을 활용하고자 한다.
* 에드워드 올비 작,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2002)>50대의 유명 건축가 마틴은 교양 있는 부인 스티비와 게이인 아들과 함께 나무랄 데 없는 미국 상류층의 가정을 꾸려오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실비아라는 염소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그 염소와 섹스를 포함한 지속적인 연인관계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인 로스에게 털어놓게 되었으며 로스가 그 사실을 부인 스티비와 아들 빌리에게 전달함으로써 그의 가정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마틴과 염소의 대면은 『그로 인해 내가 존재하는 그 동물(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에서 데리다가 욕실에서 벌거벗은 자기를 바라보고 있던 고양이의 타자적 시선을 의식했던 부분과 상당부분 비교된다. 이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종래의 인간과 동물의 분리적 관계에 안주하지 않고 타자로서의 동물의 존재로부터 충격을 받고 결과적으로 어떤 그들 나름의 새로운 인식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 윤영선 작, <임차인(2006)>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희곡은 전체적으로 인간사회가 임대와 임차라는 관계로 이루어져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네 개의 에피소드에는 우리 모두는 임대와 임차, ‘갑’과 ‘을’, 혹은 소유와 피소유 라는 정치경제적인 계약관계에 의해 삭막한 삶, 생명 없는 삶, 그물망 속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귀향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어떤 젊은 여자와 그녀가 기르던 개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리던 ‘인간-개’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한때 인간사회의 정치적 관계에 예속되어 무척 외로움을 타는 여자A의 애완견이었고 그 후 어느 시점에서인가 여자B와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한 행복한 애완견이었으나 댐 수몰과 함께 유기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인간-개’, 혹은 ‘호모 사케르적 개’라는 경계적 존재로 변신한 후 여자B를 기다려왔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눈오는 밤 교통사고로 쓰러진 여자B의 기억 속에서 인간-개는 사랑을 베푸는 레비나스적 ‘타인-동물’로, 정치성을 벗어난 ‘벌거벗은 생명’으로, 데리다의 ‘동물자전’적 개로, 들뢰즈의 탈주하는 ‘인간-개’, 혹은 ‘개-되기’로 거듭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 배삼식 작, <하얀 앵두(2009)> <벌(2011)>작가는 근래 <하얀 앵두>와 <벌>을 통해 인간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등 뭇 존재들에 눈을 돌려 그들의 생명적 공존과 시간적 순환을 따뜻한 관조와 긍정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얀 앵두>에서 인간 뿐 아니라 늙은 개와 강아지, 오랜 사연을 지닌 개나리는 작품 곳곳에서 인간/동물/식물의 경계성을 넘나들며, 연극 전체에 생명과 순환의 의미망과 생동감을 부여한다. 고고학 교수를 사모하는 피가 뜨거운 여조교는 생명력, ‘개’의 존재성, 솔직함, 에너지, 갈구, 친근성 그 자체를 몸으로 체현하며 ‘개-되기’로서 교수에게 돌진하기도 한다.
<벌>에서 양봉마을에서 요양 중이던 말기 암환자의 몸에 사라졌던 벌떼들이 몸에 새까맣게 날아 와 내려앉는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새 삶의 상징으로서 새 봉분을 이루기 위한 처녀 여왕벌과 일체화하는 동시에 병들어 사라져야하는 옛 여왕벌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벌-되기’는 극 중에서 암환자와 벌과의 몸적 소통, 그리고 막간극에 끼어드는 코러스들의 ‘–되기’적 몸짓이라는 두지 양상으로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로고스 중심주의를 벗어나 감성적이며 타자 수용적이며 만물 공생적으로 변해가는 탈근대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타자로서의 동물을 어떻게 새롭게 인식하고 수용하며 그것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이 종래의 인간위주의 관점을 벗어나 어떠한 존재로 거듭 날 수 있는가라는 탈 인간중심적인 사유의 가능성을 동시대 희곡을 통해서 독해해 본 것이다. 탈근대의 인간사회와 인간관계는 매우 황폐하고 불안정한데, 따라서 인간은 그 동안 엄격한 경계에 의해 분리하고 타자화 했던 동물들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거나 무화시키면서 동물-타자를 재인식하거나, 동물이 ‘-되고’, 그리고 그들과 공존함으로써 탈근대의 새로운 윤리적, 정치적 존재론을 모색하고 있다.
In these days, we come across a growing interest in animals from various perspectives. Considering that the posthumanistic point of view forms the major stream of postmodern humanities, ethics and philosophies, this paper tries to study the liminality between human beings and animal as appear in postmodern plays. The cases of a middle-aged architect falling in love with a goat (The Goat, or Who is Sylvia? by Edward Albee); An abandoned (human-)dog that encounters his old mistress under the moonlight (A leaseholder by Yoon Young-sun); Coexistence of men, dog, plants in a Country life (White Cherry by Bae Sam-sik); A Mutual sympathy between a swarm of bees and a woman dying of cancer(Bee by Bae Sam-sik) were discussed referring such concepts as ‘Otherness’ of Derrida, ‘Becoming’of Deleuze, ‘a bare life’ of Agamben and ecological co-existence.
In The Goat, the moment of Martin who happened to meet a goat’s eyes in a suburbs can be paralleled with that of Derrida who one day found himself caught up with the gaze of a cat in the bathroom while he was naked. They shared the common experience in that they went through the ontological and mysterious abyss that rendered them to raise the question of “Who am I ?”In A leaseholder, a young woman returns to her hometown exhausted by the calculating human society and meet her old –time (human-dog). This story reminds us of Agamben’s werewolf, Levinas’s dog Bobby and Derrida’s Zootobiography. He, an abandoned pet, both excluded and included from human society, now appearing as a mysterious human-dog, welcomes, embraces, and comprehends his old mistress and exposes his individual remorses and passions as an animal-subject.
In White Cherry, the author describes the coexistence of all the life-beings such as an old dog, a golden bell tree, the deceased daughter and even a fossil remains in a country life.
Bee is a story of a beekeeping village where bees were leaving and disappearing. A swam of bees fly down on a woman who was dying of cancer. With physical and spiritual empathy the dying woman helps the swarm of bee to conduct a new birth and a new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