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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한-러 교류와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부산 시와 광복 60주년 기념 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05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가진 국제 학술행사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문화 소통 론의 관점에서 러시아 연해주의 역할과 의미를 해석하고 조명해 보려는 최초의 시도이다 .연해주와 시베리아는 동북아에서 혹은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그저 ‘변방’의 하나로 널리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동북아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적 원형(cultural prototype)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면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가설이며, 이를 거시적으로 또 미시적으로 잘 분석하고 규명할 경우 장차 정치 경제적 형태의 그 어떤 동북아 공동체 구성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본 논문의 요지다.이른바 ‘개방적 지역주의’에 기초하는 지역 공동체 구성 논의가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연해주 및 시베리아를 포괄하는 동북아 지역에서는 아직 지역 협력체 구성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 뒤에는 본문에서 밝힌 대로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 지역의 제 민족과 주민들 사이의 문화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공통분모가 확인되고 있지 않아서 이 지역 거주민 사이의 대화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 세계의 타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른바 ‘문화적 원인’을 그 첫째로 꼽을 수 있겠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연해주와 시베리아의 문화적 측면을 본 논문에선 주목하고 있다.러시아 극동은 고대로부터 동북아 지역의 청동기 문화, 유충 및 배아 존중 사상, 거석문화, 솟대, 샤머니즘 등의 발상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민속학, 신화학, 고고학의 성과물로서 확인된다. 발해 역시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또 관련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고대 국가의 성격이 현 시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지만, 문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간의 소통 능력이 탁월했던 다문화 사회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러시아 극동은 현대적 의미에 있어서도 문화적 통합체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했고 러시아가 시장 경제로 전환한 현재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러일전쟁, 두 번의 세계 대전, 사회주의 혁명, 유럽 일부 국가와 연합한 극동에서의 일본의 반혁명 활동, 내전, 강제 이주, 일제의 한반도 및 만주 침략, 하바로프스크 전범 재판, 연해주에서의 일본인(일부 한국인) 강제 억류, 러-일 러-중 영토 분쟁 등은 정치적, 사회 경제적, 이념적, 국제 관계 면에서 동북아 여러 민족과 국가 사이에 수없는 갈등과 충돌을 초래했고, 그 갈등과 충돌이 러시아 극동에서 두드러졌지만, 이런 역사적 격변과 비극을 통하여 이 지역의 다민족 사회는 이질적인 문화 요소에 더욱 개방적이 되고 문화간의 소통 능력을 키워나갔다고 필자는 본다.본 논문에서도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이미 뿌리내린 긍정적인 문화적 가치로 관용(толерантноть), 대화 성(коммуникативноть), 겸양 (чувство снисхо- дительности) 등을 언급하고 있다.과제는 거시적 차원에서, 예컨대 언어, 종교, 의식, 민족성, 건축 등의 영역에서 문화적 상호 작용과 문화 소통의 결과물을 찾아내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일 것이다. 아울러 거시적 분석과 함께 일상 차원의 미시적 분석, 예를 들자면, 식탁 구성 및 음식물 조리법, 자녀 교육, 가족 전통 등의 생활 차원에서의 여러 문화권 사이의 문화적 소통 흔적을 연해주 거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내고 분석하는 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