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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국문장편소설의 공간 구성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국문장편소설 연구의 한 방법론으로서 공간론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더불어 연작형 소설의 연속과 변이 양상 또한 공간의 측면에서 새롭게 포착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연작형 국문장편소설 중 <쌍천기봉> 연작을 대상으로 공간구성과 그 의미를 분석하였다.
국문장편소설들의 공간 배경은 주인공 가문이 대대로 살아 온 세거지와 남녀주인공의 외부 활동에 따라 일정한 성격을 지닌 공간들로 구분될 수 있다. 파견지, 출정지, 유배지, 유람지, 의거지 등이 그런 공간이며, 이런 공간은 국문장편소설의 공간 배경을 일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되면서, 서사와 공간 배경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연작형 국문장편소설의 공간 배경을 정리했을 때, 송대와 명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각 시대의 수도나 행정구역 등에서 다소의 차이를 보이거나 각 시대마다 부각되는 지역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특정 지역이 지닌 일정한 서사적 성격은 송대나 명대라는 시대를 불문하고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국문장편소설은 특정 지역의 성격이나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각 작품마다 교집합을 벗어나는 독자적인 공간 설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공유된 기억 공간과 창조된 상상 공간’으로 명명해 볼 수 있다. 본고의 대상 작품인 <쌍천기봉>연작 역시 이런 자장 안에 있다. 먼저, 토목지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가져오면서도 영종을 복귀시키려는 북방 출정의 집결지로 세거지인 금주를 설정하면서 세거지를 정치색이 강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절강유역을 야선과 합병한 동오왕의 반란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설정하면서 토목지변과 적벽대전이 결합, 북방과 절강 유역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호나 동정호 유역, 소주나 항주와 같은 기존의 명승지 이외에 남창의 등왕각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연작형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전후 작품에서 주요 공간이 연속되는 가운데 정치나 가문 등의 요소에 의해 변이 양상을 보여주는데, 이를 ‘가문의 연속 공간과 세대의 변이 공간’으로 명명해 볼 수 있다. 본고의 대상 작품인 <쌍천기봉>연작 또한 금주, 남창, 동정호(군산, 장사), 절강, 산동 등의 주요 공간이 연속되는 가운데 변이 양상을 담지하고 있으며, 전작인 <쌍천기봉>에서는 동경과 서경이, 후속작인 <이씨세대록>의 경우 서촉(성도)와 북경이 부각되면서 변이 양상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변이 양상을 통해, 전작인 <쌍천기봉>은 정치나 역사 같은 거대 담론의 자장 안에서 공간 또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양상을 띠는 데 비해, 후작은 가문의 구성원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공간 자체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양상을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작인 <쌍천기봉>은 명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명대만이 아니라 송대나 삼국지 속 과거가 혼습되어 나타나는 데 비해, <이씨세대록>에서는 명대에 충실할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작품들과의 공유 양상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결과적으로 <쌍천기봉>연작만의 독자적인 공간 설정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전작인 <쌍천기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연작의 공간이 단순한 공간 배경이 아니라, 전후 작품의 서사가 지니는 성격이나 지향점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을 시사하며, 그런 점에서 <쌍천기봉>연작은 공간의 측면에서 연작 논의의 가능성과 유효함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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