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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근대의 원근법적 시선은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다. 백석은 눈을 고정시키는 원근법이 아닌 시선의 이동을 보이는 동양의 전통적인 산점투시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의 결과를 한 편의 시에 조화롭게 담았다. 산점투시 기법을 차용하고 있는 백석은 근원을 향한 내면적 시선과 타자 발견의 통찰적 시선, 그리고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성찰적 시선이라는 서로 다른 시선의 방법으로 시를 전개하며 근대를 벗어나려는 탈근대적인 사유를 펼친다.
백석 시에 나타나는 시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백석이 산점투시를 통해 작품에 구현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정신세계의 표출이다. 백석의 시에서 과거의 시간과 전통적 요소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근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백석은 동양 전통의 산점투시 기법으로 근대를 벗어나고 넘어서는 것, 곧 탈근대성을 지향한다.
둘째, 정서의 발현이다. 사실적 재현을 중시한 서구의 원근법과 달리 동양의 산점투시는 관념을 형상으로 표현했던 기법이다. 백석은 산점투시 기법을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여 당대 지식인의 쓸쓸한 정서를 형상화한다.
셋째, 시간의식의 표현이다. 백석 시에 나타나는 시선의 작용은 근대적 시간의식의 한계를 넘어 탈근대적 시간의식으로 이끄는 동인이 되고 있다. 백석의 시에서 시선은 근대의 직선적인 시간의식의 고정된 틀을 뛰어넘어 시간의식의 장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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