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공의제도를 둘러싼 외적 환경, 특히 ① 공의의 수입과 식민지 경제 수준의 문제, ② 공의의 업무와 연관된 경찰과 경찰보조기관의 문제, 그리고 ③ 두 지역 총독부의 재정 능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 결과 공의제도를 둘러싼 제도외적 환경이 두 지역 공의제도의 효과의 차이, 나아가 근대적 의료 서비스에서의 현저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① 대만 공의의 수입이 조선 공의 수입의 최소 2배에 달했고, 이는 공의의 질적 수준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 ② 대만에서는 경찰과 경찰보조기관인 보갑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전염병 퇴치라든가 종두 등의 공의 업무 수행에 큰 기여를 한 반면, 조선에서는 경찰인력이나 경찰관서의 배치 밀도가 대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고, 특히 대만의 보갑과 같은 체계적인 경찰보조기관의 부재로 인해 공의 업무가 원활히 수행되기 곤란한 환경이었다는 점, 그리고 ③ 공의 관련 예산 규모에서 대만 쪽이 조선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고, 이는 공의 전체의 규모와 공의 배치 밀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을 밝힐 수 있었다.
이러한 필자의 관찰 결과는, 거의 동일한 제도적 설계를 통해 실행된 제도라 하더라도 각각의 식민지가 처한 여러 가지 조건, 예컨대 해당 식민지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제도적 배치, 그리고 두 식민지권력의 재정 능력 등에 따라 그 실제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대만과 조선의 식민통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식민지근대화론, 식민지수탈론, 그리고 식민지근대(성)론에 대해 일정한 재검토와 수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식민지사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