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프랑스어 문법에서 흔히 허사explétif로 불리는 ne에 대한 연구이다. 허사 ne에 대한 문법서들의 입장은 합의되어 있지 않다. 언어학의 성과를 받아들여 언어학의 술어로 설명을 하려는 경우도 있고, 결국은 허사의 행태에 문법 규칙을 부여할 수 없다는 회의적 입장도 있고, 그 허사는 반복이며 잉여인 요소로 무용할 뿐 아니라 남용을 통해 언어적 오염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처방을 통해 극복되어야 할 오류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현대 언어학은 특히 의미·화용론이 중심이 되어 이 논제에 대한 분석을 행하였다. 그 분석들에 기본적 공통점이 있다면 허사 ne가 일종의 부정성négativité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전제이다. 혹자는 그 부정성이 논리·의미적인 것이라 보고, 혹자는 화용론에서 말하는 논증적인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 허사의 출현은 불규칙적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의 사용은 문법 조건이 아닌 사용자의 임의에 따르는 것처럼 보일 뿐 아니라, 사용 기준이 불확실하여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문법학자는, 허사 ne의 출현 조건은 문법에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는 이 허사 ne의 기준 없는 출현에 주목하여 그 어휘의 실체와 그것이 야기하는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우리의 검토에 따르면 허사 ne는 프랑스어가 된 라틴어에서 ut와 함께 상보적 관계를 이루며 사용되던 접속사 nē이다. 이것이 프랑스어 문법화 과정에서 정리되지 않고 잔류하여 말하자면 ‘접속사 반복’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의미는 부재하고 그 형적(形迹)만 남은 이 잉여를, 허사 접속사 conjonctio expletiva라 칭한 것은 탁명(卓名)이다 - expletiva는 “형식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문제는 라틴어에서 공포 동사나 주의·예방 동사 구문과 같이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된 접속사 ne가 허사 접속사가 되어 근거 없는 오용이 확대되어 왔다는 데도 있다. 이 언어적 오염으로 말미암아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비교 표현이나 고정 표현에서도 그 허사의 임의적 출현을 만날 수 있다.
언어학은 주지하다시피 규범을 세우고 처방을 내리기보다 기술하고 설명한다. 그런데 언어학의 기술·설명이 대상의 실체를 드러내어 자연스럽게 처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허사 ne는 일부 문법학자들의 주장처럼 더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근거 있는 언어 사용이 될 것이고 언어적 혼란을 줄이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프랑스어 원어민 화자는 조금 희화하여 말하면, 허사 ne를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존재 이유를 모르는 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무분별을 불식시키는 교육적 효과도 이 논문이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