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별의 인상학 -북한소설의 출발과 행로-

신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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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신형기

저널정보: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 사이間SAI 사이間SAI 제24호

발행연도: 2018.1

수록면: 165 - 202 (3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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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논점은 해방 직후에 쓰인 북한소설이 인물 형상의 제시를 통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식별하는 인상학(人相學, physiognomy)의 틀을 세워 나갔다는 것이다. 식별이 요구된 해방 직후의 정황을 살피고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통해 인상학적 틀이 제시된 방식 내지 양상을 검토하여 문학적 인상학의 행로를 밝히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해방 직후에서 식별은 사람들이 어떤 지향을 가져야 하며 어떤 편에 서야 하는가를 정당화(rationalize)하는 행위로 요구되었다. 식별은 정치 이데올로기의 작동과 더불어 집단적 과제가 되며, 그에 따라 위치 잡기(positioning)는 정치적 선택-귀속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북한문학(작가들)이 권고문학(advisory literature)의 형태를 습용한 이유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 ‘올바른’ 태도와 행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권고문학은 마땅한 마음가짐과 선택의 방향을 규정함으로써 자신이라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집단적 지침이 되려 한 것이다. 이기영이 쓴 ｢개벽｣(1946)의 소작농 ‘원 첨지’는 토지개혁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것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식별하고 확인하는 방식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북명의 ｢노동 일가｣(1947)는 생산을 위해 유효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신체와 감정을 관리해 가는 모범 노동자의 신체/감정의 인상학과 그렇지 못한 경우를 대별했다. 김일성의 형상은 새 역사의 개진을 예고하는 인상학적 이상(理想)으로 제시되었다(한설야, ｢개선｣, 1948). 북한 체제를 곧바로 긍정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인물의 행로를 뒤좇은 이태준의 ｢먼지｣(1950)는 인상학적 구성에서 사라져야 할 부분을 조명했다. 인상학과 권고문학의 결합을 통해 시작된 북한소설은 인물을 이분법적으로 대비함으로써 갈등을 단순화하고 ‘정해진’ 결말을 되풀이하여 특정한 내용과 주제를 위한 메가폰이 되었다. 특히 인상학적 차별화를 통해 체제나 제도의 우월성을 확인한다는 입장은 우생학적이라고 할 만한 지속된 경향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현명한 이념적 인도 아래 고결한 도덕성을 달성한 특별한 국가인 반면, 미군을 비롯한 미국인들은 침략적 제국주의의 죄악을 체현하는 탐욕스럽고 잔인하며 야만적인 인종들로 그려졌는데, 이는 도덕적이거나 이념적인 우열의 가름을 전유함으로써 차별을 합리화하는 입장이 종족적 타자화를 진행시킨 결과였다. 종족적 나르시시즘은 특별한 지도자를 절대적 존재로 우러르는 근거가 되었으며 또 이를 통해 강화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편집적 고립의 길을 갔다. 재현된 긍정 인물이 그저 따라야 할 마땅한 본보기로 여겨지거나 그렇기에 비실제적인 가상(假像)으로 치부된다면 어느 경우에서도 인상학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게 만드는 비판적 거점이 될 수 없다. 인상학으로 시작한 북한문학이 인상학의 실천적인 기여를 불가능하게 하는 데 이른 결과는 실로 아이러니하다.

The point of this article is that the North Korean novel had set up the frame of the physiognomy which identifies positive and negative through the presentation of human figures.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look at the context in which identification is required and the way or manner of physiognomical presentation, so to shed a light on the course that the North Korean literature has walked. From the Liberation period, the physiognomical identification was required to be an act of rationalizing what kind of orientation do the people ought to have and on which side they have to stand on. Identification has become a collective task under the dominance of political ideology, and therefore the positioning has been forced to appear as political choice-belonging. The reason why North Korean literature (and writers) adopted the form of advisory literature should be explained in this way. Advisory literature that presents “correct” attitudes, behaviors, and standards was intended to be a collective guideline that renews the people. The tenant farmer ‘Won-Cheomji’ in Lee Ki-young’s short story Gaebyuk (1946) shows that accepting and affirming the new reality of land reform is a way to identify who he is. LeeBuk-myoung’s Nodong-Ilga (1947) divided the physiognomy of the exemplary worker who manages the body and emotion in a valid and desirable direction for production, and cases that did not. The image of Kim Il-sung was presented as an physiognomical ideal that herald the opening of a new era (Han Sul-ya’s Gaesun, 1948).Lee Tae-jun’s Munji (1950) showed the fate of “anachronistic”person who did not immediately affirm the North Korean regime. The North Korean novel, which was started through a combination of physiognomy and advisory literature, became a megaphone for specific contents and topics by simplifying the conflict through the composition of the contrasting characters. Especially, the redundant representation that would confirm the superiority of New Man and supremacy of North Korean regime through the physiognomical division showed a persistent tendency to be eugenical. For example, while North Korea was depicted as a special nation that achieved a virtuous morality under the wise ideological guidance, American soldiers were described as greedy, cruel and barbaric races that embody the devilishness of invasive imperialism. This is the result of rationalization of discrimination by appropriating moral or ideological merit, and ethnic typification. Tribal narcissism has provided basis for leader cult and has been reinforced by it. However, North Korea has gone the way of irrevocable paranoic isolation. When the represented positive hero is regarded as an example to be justified to follow, or it is regarded as an unrealistic supposed image, physiognomy cannot be a critical base that make people engage in valid positioning seriously. It is indeed ironic that the North Korean literature, which started with physiognomy, has reached the point of impossible the practical contribution of physiog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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