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시작하여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확산된 민주화 시위는 독재 정권의 퇴진을 결과하며 민주화에 대한 무슬림 대중의 폭발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이라는 표현을 유행시킬 정도로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했던 초기 국면과 달리 민주화의 정착을 가로막는 다양한 장애물이 이후 출현하여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슬람권 국가의 정치변동 양상은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이슬람권의 정치체계에 대한 논의는 하나의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슬람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이슬람지도자, 사회운동가, 정치인 등이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양립가능성(compatibility)에 대한 논쟁을 벌여왔으며 그와 관련되어 몇 가지 입장이 대두되었다.
첫 번째는 양자 간의 양립 불가능성을 주장하는 시각으로서, 정교분리, 국민주권 개념, 인간에 의한 인간의 통치 등을 원칙으로 삼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슬람의 기본 전제인 정교일치, 신에 의한 통치와 질적인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다(엄한진 2012, 255). 또한, 서구식 민주주의 전통의 핵심제도인 대의제, 선거제, 국민 참정권 등이 이슬람의 정치전통과 쉽게 조화될 수 없음으로 인해, 마우두디(Maududi)의 주장처럼 “이슬람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되므로 양자 간 어떤 조화도 있을 수 없다”(이종택 2008, 15). 마우두디의 정치관에 대해서는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의 분립, 직접 선거를 통한 통치자와 의회 의원 선출 및 임기 제한을 주장했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가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완전히 분리된 제도로 취급하지 않고 다른 형식의 민주주의, 즉 ‘신정 민주주의’를 제기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정상률 2012, 50-53). 이러한 평가가 수용될 수 있다면 마우두디의 입장은 아래에서 논의될 두 번째 시각의 수정주의적 관점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두 번째 시각은 이슬람과 민주주의 간의 양립가능성을 지지한다. 이 입장에 따르면 명확하게 규정된 정치제도가 이슬람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제주의, 군주제부터 민주적 정부까지 다양한 체계가 이슬람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손주영 1993, 142; 이성수 2013, 105). 이 입장을 취할 경우 핵심 문제는 민주적 정치체계를 운용할 요소가 이슬람에 존재하는지의 여부이며, 이와 관련되어 이슬람 교리의 여러 측면이 부각된다. 합의, 정의, 자유(이성수 2012, 62-3), 평등, 인간의 존엄성(Wright 2003, 221), 법치, 계약, 차이의 인정, 무조건적 복종에 대한 거부(Lewis 2003, 211-2) 등과 같은 이슬람의 가르침이 민주적 태도와 조화될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되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슈라(shura), 이즈티하드(ijtihad), 이즈마(ijma)와 같은 관행이 민주주의와의 연결 고리로 지목된다(Esposito & Voll 1996, 27-31). 슈라가 대의제와 표면적인 유사성만을 가질 뿐 근본적으로는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학자 역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이드 꾸뚭(Sayyid Qutb)은 슈라의 기능을 칼리프에 대한 조언으로 규정함으로써 의사결정 제도로서의 슈라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이해한다. 슈라와 관련된 이슬람 학자들 간의 대립된 시각에 대해서는 금상문(2009, 164-8)을 참조할 것.
두 번째 시각에 기초하지만 이를 발전적으로 수정한 관점 역시 존재한다. 이 입장은 민주주의 개념에 내포된 서구적 편향을 비판하고 이를 대체할 대안적 개념, 즉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을 수용하지만, 서구에서 발전된 개념이 전제하는 세속주의나 개인에게 부여된 무제한적 자유를 거부하는 이 시각은 샤리아에 의해 제한된다는 조건 하에서 실행되는 민주주의를 이슬람식 민주주의로 규정한다(Filali-Ansary 2003, 200). 시아파 학자 알 사드르(al-Sadr)가 제안한 이슬람식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남옥정(2012, 14-7)을 참조할 것.
이를 뒷받침하는 이슬람식 관행으로는 두 번째 입장과 같이 슈라, 이즈티하드, 이즈마가 거론된다(유달승 2012, 7; 이종택 2008, 22-26).
이슬람과 민주주의와의 양립가능성을 상이한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이 입장에 따르면, 양립성 논쟁은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역사적으로 변하지 않는 성격의 개념으로 가정하는 문제점을 가진다(Eickelman & Piscatori 1996). 이런 면에서 이 시각은 에드워드 사이드(Said)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단일한 개념이 아닌 다차원적인 성격의 현상으로 파악하고 양자 간의 관계를 역사적 현실 속에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이 입장이 교리적 논의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리가 다양한 맥락에서 어떻게 변용, 재해석, 실천의 과정을 거치는지의 문제로 관심을 전환시킴으로써 이슬람 사회에서의 민주주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이 시각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주도적인 견해가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무슬림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Lewis 2003, 210; Wright 2003, 221). 메르니시(Merniss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이슬람 정치인과 종교지도자 사이에 확립되어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2002, 52-59).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국가적 수준에서 전개되는 정치 상황에 집중함으로써 지역이나 자발적 결사체 수준에서 유지, 발전되어 온 정치적 전통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역에 수용되었음을 고려해보면, 지역과 조직 수준에서 확립된 민주적 전통의 존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연구는 이슬람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수용과 변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근본주의적 성향의 조직이라 여겨지는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에 기반을 둔 자유정의당이 자유, 정의, 인권, 정치적 다원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주장을 전면에 내놓았음(황병하 2012, 83, 88)은 지역적, 조직적 수준에서의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정치적 태도를 가능하게 한 종교적, 정치적 배경에 대한 검토를 통해 현실 정치에서 전개되는 민주주의와 이슬람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조직 무함마디야(Muhammadiyah)를 대상으로 민주적 조직운영 전통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이슬람권의 주변부에 위치함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무함마디야는 1912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선거에 의한 지도자 선출과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민주주의적 관행을 확립해왔다. 선거를 통한 지도자 교체가 민주적 전통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이며(Lewis 2003, 209), 이슬람식 민주주의의 핵심요소로 거론되는 슈라에 바탕을 둔 조직운영의 한 형태가 집단지도체제임을 고려해보면, 무함마디야는 리더십 구조와 지도자충원에 있어 어떻게 민주적 방식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유용한 사례를 제공해준다.
무함마디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2절에서 제시된 후 3절에서는 조직운영의 제도적 기틀이 확립된 1920년대의 상황이, 4절에서는 1950년대 이후의 상황이 검토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집단지도체제와 선거제도가 무함마디야의 민주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요소임이 주장될 것이다. 무함마디야가 이슬람식 민주주의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보여줄 하나의 사례임을 고려해보면, 이 연구는 다양한 지역적, 조직적 수준에서 전개되어 온 이슬람식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Debates on democracy in Muslim societies tend to be centered on the problem of compatibility between Islam and democracy. Some argue for the compatibility, while others, against it. There is the third way arguing for an alternative approach to the issue, namely to examine democratic traditions developed and practiced in Islamic countries. Researches based on the third view put forward that it is difficult to find out democratic traditions working properly in Muslim-dominated countries. By neglecting the presence of democratic practices at the local level, however, this view presents somewhat biased pictur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Islam and democracy.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xamine democratic practices of an Indonesian Islamic organization, Muhammadiyah. Muhammadiyah has established traditions of collegial leadership and recruitment of leaders by election. Given that a change of leaders by free election is one of the keys to democracy and that collegial leadership is a form of leadership structures which is harmonious with an Islamic democratic tradition of syura, Muhammadiyah provides us a valuable case to demonstrate how democratic traditions can be applied to the management of modern Islamic organization.
Examining how collegial leadership and election system have been practiced by Muhammadiyah members, this paper stresses the need to carry out comparative studies on democratic traditions which have been devised and maintained by Muslims at the local and organizational le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