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 역학의 상수역 전통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송시열의 저작으로 알려진 『易說』의 역 해석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역설』은 송시열의 저작이라는 점과 『주역』 경문 전체를 상수역학의 방법에 따라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저술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 송시열의 저술로 받아들여져 온 『역설』이 실은 송시열의 저작이 아님이 본 연구를 통해 판명되었다. 우암의 저작으로 알려져 온 이 저술은 송시열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 18세기 중반에야 만들어진 저술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우암과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우암의 역 해석 정신을 서문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관련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설』의 저자는 주희의 『주역본의』를 역 해석의 모범으로 삼는 송시열의 주장을 인용하여 역 해석이 의리에 앞서 괘효사의 상에 대한 해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상수역학적 해석 원칙을 천명한다. 그런데 『역설』의 상수적 역 해석 방법은 한대 상수역학 이론의 수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명대의 상수역학자인 來知德의 역 이론을 수용하여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역설』은 래지덕 역학의 핵심 역 이론인 錯綜說은 물론 爻變論, 中爻說 등을 적용하여 『주역』 괘효사를 주석하였다. 그러나 『역설』의 저자가 래지덕의 역설을 수용하였다고 하여 래지덕의 해석을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었으며, 래지덕의 역 이론을 수용하되 다시 자신의 해석 관점에 따라 독자적으로 해석하였다.
『역설』은 조선후기 상수역학 해석의 여러 흐름 가운데 래지덕의 역 해석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상수역 해석을 이룬 사례로 그 의미가 크다. 래지덕 역학의 수용은 비슷한 시기 다른 학자들에게서도 나타났으나 이를 가장 깊이 받아들인 것은 『역설』이었다. 상수를 통해 의리를 밝힌다는 송시열의 역학적 입장을 따르면서도 래지덕의 역 해석을 참고하여 상수적 방법에 의해 『주역』 경문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은 조선 상수역 해석의 한 특징을 보여주는 저술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