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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연구회 철학연구 철학연구 제39집
발행연도
1996.12
수록면
217 - 244 (2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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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자본주의적 상업주의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및 기술주의적 과학주의의 시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에서 야기된 현상은 인간성의 붕괴와 도덕성의 쇠락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특별히 위기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새로운 인간관이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즉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현대적 위기 상황은 인간의 개념이 변질되고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통적 인간관과 가치관이 퇴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인간관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와 도덕성 쇠락의 문제는 새로운 인간관의 정립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된다. 본 논문에서는 현대의 위기가 근본적으로는 전통적 인간관의 붕괴에서 야기된 것임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인간관의 정립이 어떠한 양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이런 문맥에서 본 논문은 고대 아테네나 산업혁명 시기의 합리주의 및 휴머니즘 운동을 분석하고 그것을 현대적 상황과 비교해 봄으로써 어느 정도 그 해답의 실마리를 구하고 있다. 우리는 소크라테스와 칸트의 합리주의 속에서 이성의 비판과 반성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목도할 수 있다. 비판과 반성이라는 이성의 두 가지 기능이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이라고 부를수 있는 포퍼(Karl R. Popper)의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와 롤즈(John Rawls)의 "반성적 합리주의(reflective rationalism)"에서 분명하게 찾아볼 수 있다.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와 롤즈의 반성적 합리주의로부터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 신합리주의와 이것에 근거한 새로운 이성적 인간관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신합리주의는 소크라테스의 이념과 칸트의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서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신회하며 그 기능을 극대화함으로써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전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합리성, 자율성 및 도덕성이다. 둘째, 이성의 비판적 기능을 강조할 때 신합리주의는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의 형태를 띄는데, 여기서는 신비주의를 포함한 비합리주의와 독단적 및 사이비 합리주의에 대한 체계적 비판을 통해서 인간의 합리성과 자율성과 도덕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인식적인 반증주의와 함께 윤리적인 부정주의 및 사회철학적 점진주의가 특징으로 나타난다. 셋째, 이성의 반성적 기능을 강조할 때 신합리주의는 롤즈의 반성적 합리주의의 형태를 띄는데, 여기에서는 공리주의적 사회정의론을 비판하고 칸트적 구성주의를 수용하여 인간의 합리성과 자율성과 도덕성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반성적 평형의 방법을 통하여 자유와 평등과 복지를 보장하는 적극적 삶의 형태를 제시한다. 넷째 비판적 측면과 반성적 측면이 서로 보완 관계를 이룬 신합리주의는 합리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비의 영역을 인정하며 그것을 발견하고 해명하는데 있어서 이성의 분석적 및 종합적 기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초월성과 인식의 선험성 및 존재의 본체성 등을 삶의 현장에서 수용하고자 한다. 이것은 과학의 실증성과 종교의 독단성을 동시에 극복하려는 인간관과 가치관과 세계관으로서 현대의 정체성 위기와 도덕성 쇠락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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