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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회과학원 사회과학연구논총 사회과학연구논총 제12권
발행연도
2004.6
수록면
271 - 297 (2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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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는 노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분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고령화는 단순히 고령인구의 산술적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은 오랫동안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에 부각된 심각한 사회문제(social problem) 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며 일정한 시혜조처를 처방해야 하는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는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문제와 요구, 삶의 모습들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없도록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어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가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주제였다. 노인들은 일선에서 물러나 잔여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였기에 이들이 노인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했다. 그러나 사회정체성은 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성찰적으로 구성된 산물이자, 퍼스낼리티의 통합과 행동의 동기화, 나아가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요소이다. 또한 정체성은 개인이 속한 시대와 사회의 산물로서, 인간의 무의식과 정서적 측면, 관계와 역사적인 측면을 새롭게 재고해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노인들은 물론, 고령화 사회를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는 노인들의 정체성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고령화 사회의 노인이 어떻게 노화와 노년의 삶, 그리고 자신의 입장과 지위 및 역할들을 인지하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에릭슨(E. Erickson)과 푸코 및 기든스(Giddens)의 정체성 논의를 중심으로 정체성 내용과 구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로 ``동일시, 구별짓기, 차별화, 역할기대, 적응 및 거부, 연속성, 통합`` 등과 같은 요소들을 이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노년기 연구 대상을 선정하여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심층 인터뷰 결과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은 고령화 사회에 등장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노인들은 구별짓기와 차별화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젊은 노인``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며, 동시에 경험의 단절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과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의 비교기준을 과거에 두는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은 전통적 노인에게 기대되는 다양한 특성들 중에서. 부정적인 것들에는 저항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전략적인 대응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경제력을 갖추고 건강과 적극적 사회 참여의 의지를 가진 노인의 모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들이 과거 노인들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형성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보이고 있는 새로운 정체성이란 젊음과 젊은이, 그리고 건강이 개념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점유하는 문화의 재생산 안에 포괄되어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 정체성을 정박하지 않더라도 노인과 노년 자체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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