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주는 茶山丁若鏞의 저술로 규장각본 『與猶堂集』과 영인본 『與猶堂全書補遺』에 각각 수록된 『??錄』에서 詩話부분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것이다. 『혼돈록』은 다산의 다른 저작 목록에는 들어있지 않은 筆記類에 속하는 저술로, 4권 1책으로 엮어져 있다. 권1은 史論이고, 권2는 인물들의 일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권3은 저자와 가까운 시기의 故事를 서술하고 있는데, 그 말미에 詩話가 들어 있다. 『혼돈록』에 수록된 시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南人詩派의 실상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조선 사회는 당파가 문학의 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시화에서는 남인의 시맥을 짚고 남인계 시인과 관련한 시화를 서술하고 있다. 둘째, 시화를 통해 다산의 실학적 면모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수차 밟기 노래(踏水車謠)>, <반지화곡(班枝花曲)>, <최명곡의 시(崔明谷詩)>,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 등에서 그러한 특징을 알 수 있다. 셋째, 다산의 시창작 현장을 엿볼 수 있는 바, 희작시들이 보고된 사실이 특이하다. <지각에서의 시(池閣詩)>, <금정시참(金井詩讖)>, <이학관에게 준 시(贈李詩)> 등 다산의 인생 역정에서 시를 짓는 경위를 서술하고 다산의 잃어버린 시구가 수습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특히 희작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다산은 이들 시편을 잡체시(雜體詩)라고 통칭하고 있다. 흘어체(吃語體), 구자체(口字體), 오잡조체(五雜組體), 양두섬섬체(兩頭纖纖體), 회문체(回文體), 동요체(童謠體), 옥련환체(玉連環體) 등이다. 대개는 언어유희에 해당하는 것으로, 1796년 다산이 서울 명례방(明禮坊)의 죽란(竹欄)에서 살 때와 강진 유배 시절 초기에 주로 지었다. 이들 시를 통해 다산의 정신활동의 일면을 알 수 있고 아울러 희작시 연구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