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것은 ‘의식주’이다. 이는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의생활이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암 유희춘(1513-1577)이 써놓은 『미암일기』는 1567년(선조 즉위년) 10월 1일부터 1577년(선조 10) 5월 13일까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암일기』는 복식을 어떻게 장만하고 관리하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조선 중기 의생활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자료적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이에 이 글에서는 16세기 사대부 남성이 기록한 『미암일기』 속 복식의 장만과 관리를 통해 10여 년간 벌어진 조선 중기 사대부 집안의 의생활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희춘가에서 복식을 장만하는 주체는 유희춘과 송덕봉이었다. 일반적인 복식은 부인인 송덕봉이 장만하였으며, 관복에 소용되는 사모, 대, 갓, 신발 등은 유희춘이 주체가 되어 장만하였다. 둘째, 유희춘가에서 복식을 장만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부인이나 첩, 딸, 여종 등이 직접 제작하여 장만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구매나 대여를 통해서도 장만하였으며, 임금이 내려주는 하사품과 주변사람들이 보내오는 선물로도 의생활의 많은 부분을 충당하였다. 셋째, 유희춘가에서는 복식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었으나 빨래, 염색, 다리미 등을 이용한 손질 방법과 보자기나 각 등을 주고받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복식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