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2000년대 중반 중국 대륙 감독의 무협블록버스터 3편을분석함으로써, 이 동시대의 영화들이 ‘절세가인(傾城傾國)’이라는 고전적 기호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며 기호의 자기반영-전고(典故)로서의 패러디-에 의해 ‘가장 중국적인 아름다움’을 각인시키고자 하는지에 주목한다. 중국 무협블록버스터는 화인문화권의 경제 기반과 중국 대륙이라는 거대한 소비 시장을 기반으로 탄생한 가장 중국적인 영화 장르이다. 특히, 장이머우의 <영웅>을 필두로 한 중국 대륙 무협블록버스터는 그 모태가 되는 홍콩 장르영화들-무협영화 및 쿵푸영화-과의 변별을 지향하며 중국무술의 문화 예술적 아름다움을 전시하는 데 몰두한다. 홍콩의 무협영화가 남성적인 힘과 피의 야성, 폭력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반면, 대륙 감독들의 무협블록버스터는 여성적인 우아함과 예술로 승화된 몸의 움직임-춤(舞), 압도적이거나 과도할 정도로 추구되는 탐미적 전시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장이머우의 <연인>, 천카이거의 <무극>, 펑샤오깡의 <야연> 등 2000년대 중반에 개봉된 중국 대륙 감독들의 무협블록버스터는 ‘절세가인’이라 불리는 중국적 팜므파탈의 기호를 통해 이러한 추구를 상징한다. 또한 이처럼 반복되는 ‘절세가인’의 이미지는 고사성어의 스토리텔링과 자기반영적 기술을 통해 이 미적 추구를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서 확증한다. 장이머우의 영화가 ‘절세가인’의 이미지의 물량 공세로 관객을 압박한다면, 천카이거의 영화는 이를 일종의 고정관념으로서 제시한다. 그러나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고정관념은 오히려 ‘절세가인’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공고하게 만들 따름이다. 펑샤오깡의 <야연>은 서슴지 않고 이러한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지고 한 권위를 부여한다. 아름다움, 아름답기 때문에 지니는 치명성 뿐 아니라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욱 추구되는 아름다움은 이 영화로 인해 완전히 정통성을 획득한다. 중국 대륙의 무협블록버스터는 이처럼 ‘절세가인’ 이미지의 자기반영적 기술을 통해 그 자신의 과도한 미적 추구를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