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일본해군 구축함의 일부는 함정의 명칭이 나무나 꽃,풀과 같은 식물명으로 되어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유례를 찾아 볼수 없는 독특한 명명으로 일본인들의 식물에 대한 주술적인 인식을 엿볼수 있는 자료가 된다. 식물이름의 구축함 명칭은 크게 수목명과 화초명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구축함명에 사용된 수목들은 크고 우람한 상록수,활엽수 등으로써 대부분 신사(神社)에서 신목(神木)으로 모셔지거나, 그 나무 자체에 독특한 주술적인 능력이 있다고 일컬어져온 나무들이다. 그러나 주술적인 영력(靈力)이 있다고 숭배되어온 수목일지라도 함정의 명칭으로 상서롭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이름은 배제되었다. 아울러 함명(艦名)으로 사용된 꽃과 풀은 그 자체로써 신성한 주술적 능력이 있다고 숭상되어 온 것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그 모양이나 이름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신성하고 길한 것으로 인식한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리고, 제비꽃(菫), 나팔꽃(朝顔), 밤메꽃(夕顔), 蕨(고사리)등은 옛무사 가문의 문장(紋章)으로 사용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쟁 막바지에 건조된 구축함에는 새로운 식물명이 사용되지 않고 이미 사용된 식물 명칭의 아류명(亞流名)이 사용되었다. 예를들어 국화(菊花)의 경우 ?菊, 初菊, 白菊, 千菊, 野菊 등의 아류명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에 자생하는 수만 종의 식물명이 무조건 함정명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에게 영험한 주술적 능력이 있다고 믿어져온 식물에 한정되었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