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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셰익스피어학회 Shakespeare Review Shakespeare Review Vol.40 No.2
발행연도
2004.6
수록면
383 - 415 (33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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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롭 극장을 포함한 셰익스피어 동시대 극장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무대가 객석 깊숙이 돌출되어 들어가 있었으며, 그 삼면이 관객들에 의해 둘러 싸여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무대와 객석이 직접 맞닿게 되는 소위 ‘피트’ 공간에는, 2-3 시간 이상을 꼬박 서서 관람하면서 공연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사과, 오렌지, 돌맹이 등을 던지기 까지 했던, 마치 오늘날의 축구장 훌리건들 같은 거칠고 격정적인 하층민 관객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따라서 셰익스피어 및 그 동시대 극작가들은 공연 상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이 피트 공간의 관객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목적으로 여러 가지 극적 전략을 동원했는데, 특히 방백, 독백의 잦은 사용, 그리고 광대 배우의 활용 등은 그 대표적인 예들로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중세 이 후 르네쌍스 시대까지 영국 연극은 관객들의 반응, 특히 무대를 에워싸고 있는 야드의 서서 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한 훨씬 더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다. 즉, 『요크 순환극』, 『인간들』, 『풀겐즈와 루크리즈』 등의 도덕극 류의 중세 연극 뿐 아니라 『불타는 몽둥이의 기사』, 『정신없는 양치기』 그리고 『꽃의 가면극』, 『내실 사원의 가면극』 등의 셰익스피어 동시대 또는 그 이 후의 몇몇 극작품들 속에서 명확히 언급되고 있듯이, 배우들이 서서 관람하는 관객들 속에서 연기를 하거나 관객 사이를 헤집으며 등퇴장 입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배우가 무대 주변의 피트 공간을 연기 공간의 일부분으로 활용하는 것은 유사한 공연기법을 활용하는 현대의 많은 연극 공연들에서 흔히 목격되듯이, 극 속의 상황이 무대가 아닌 관객들의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생동감과 현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관객의 반응을 더욱 극적으로 자극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런던에 재건된 새 글롭 극장에서도 피트 공간을 연기 공간의 일부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앤드류 거를 비롯한 많은 셰익스피어 학자들로부터 이러한 공연방식은 비셰익스피어 적인 것이라고 공격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텍스트 어디에도 배우들이 야드를 연기 공간으로 활동한다는 언급이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며, 더욱이 1604년 출판된 토마스 미들튼의 〈블랙 북〉에 묘사되어 있듯이 글롭 극장 무대에는 무대와 피트 사이를 가로 막는 무대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햄릿〉의 오필리아 장례 장면, 특히 레어티즈가 오필리어의 무덤에 뛰어들고 햄릿이 뒤따라 뛰어드는 장면에 대한 Q1, Q2, F2 텍스트의 무대 지문 상의 차이 속에서 셰익스피어가 피트 공간을 연기 공간으로 활용했을 가능성 및 무대 난간 설치를 전후한 피트 공간에 대한 극작술적 전략의 변화 과정을 엿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오필리어 장례 장면과 〈햄릿〉 Q1, Q2, F1 텍스트의 무대 지문, 그리고 이를 형상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연이나 필름에 대한 통합적 분석을 통해 셰악스피어의 공연술 내지 극작기법에 피트 공간을 추가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며, 나아가 피트 공간 및 무대 난간과 관련한 셰익스피어 극작술의 발전과정의 일면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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