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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정보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슬라브학보 슬라브학보 제19권 2호
발행연도
2004.12
수록면
419 - 433 (15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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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숲》은 아나똘리 김의 난해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장편은 주제 면에서 초기 작품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아버지 숲》 이전의 작품에서는 사할린을 비롯한 재소 한인들의 삶이 주로 다루어졌다. 물론 그러한 삶 속에서는 고대 한국의 구전과 현대 러시아적인 리얼리티와 세계관이 혼합되어 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나똘리 김 자신과 같이 1세대 이민자의 후손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할린에 강제로 잔류한 한인으로 나뉘어졌으며, 전자의 눈에 후자는 줄곧 이방인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인들과 그들이 기원한 조상들의 나라(родина предков)가 이시기의 모든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순수한 러시아어로 활동하는 김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김은 러시아 작가이지만, 독특한 출생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창작에서 동과 서를 결합시켜 시간과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여러 민족들의 예술적 체험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문학적 기틀을 다져 놓음으로써 러시아 문학을 한층 진화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버지 숲》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달리 한국적 테마와 소재의 궤도에서 벗어나 20세기 인간들의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는 장편이다. 작가는 한정된 민족의 변방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심부로 무대로 옮기고 있지만, 새로운 지역은 어느 특정 민족을 중심적으로 다루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새로 등장한 《아버지 숲》의 배경은 보다 형이상학적 의미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는 어느 특정 민족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운명, 인간의 삶과 죽음, 인간의 본성과 자유가 주된 테마가 되고 있다. 이처럼 《아버지 숲》이 제기하는 문제는 전의 작품과 상이해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뚜라예프(Тураев)가 라는 혈연을 중심으로 한 메쇼라(Мещера)라는 특정한 고장(родина)이 작품의 배경과 기본 환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서 한인들과 그들 조상의 나라가 언급되지는 않지만, 구조적인 면에서 뚜라예프가의 운명은 재소 한인들의 운명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세기 뚜라예프가의 1세대인 니꼴라이는 외부세계와 고립된 곳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러한 곳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를 찾지는 못한다. 단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있음을 자각할 뿐이다. 그것은 광범위한 작가의 철학적 의도를 제외한다면 간접적 측면에서 재소 한인들의 처지와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니꼴라이는 스쩨빤의 아버지이고, 스쩨빤은 글렙의 아버지이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아버지는 모든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숲과도 등가가 된다. 이 점에서 모든 작중인물은 결국 “우리”가 될 수 있고, “나”로 귀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법 역시 《양파 밭), 《연꽃》, 《꾀꼬리의 메아리》 등 한인 주인공들과 관련된 전기 작품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 숲》은 앞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메쇼라라는 지방은 그의 인물들이 사는 가상의 땅이자 고향(родин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거 아나똘리 김이 즐겨 다루는 한인이라는 혈연과 그들의 고향은 단지 외형을 바꾼 채 보다 복잡해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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