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 도서관 책상 위를 보면 꼭 형광펜 한두 자루가 굴러다닙니다. 논문을 읽다 중요한 문장을 만나면 거의 반사적으로 뚜껑을 열고 색을 긋게 되죠.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경험일 겁니다.
밑줄을 그어도 되고, 여백에 별표를 쳐도 되고,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도 되지만, 우리는 왜 굳이 형광펜을 집어 들까요? 색을 칠하는 일에는 어떤 인지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논문만을 기반으로 답변하는 DBpia AI에게 "사람들이 중요한 문장에 형광펜을 칠하는 이유는?" 이라고 물어봤습니다. DBpia AI가 13편의 관련 논문을 바탕으로 답변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형광펜이 시선을 붙잡아두는 방식
학술적으로 하이라이팅은 유입되는 방대한 정보 중 특정 항목에 '현저성(Salience)'을 부여해 주의를 집중시키고 기억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평가받습니다(임동훈 외, 2010). 형광펜으로 표시된 문장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가려내고, 제한된 인지 자원을 중요한 부분에 몰아주는 선택적 주의집중 과정을 돕는다는 것입니다(오종환 외, 2013).
아이트래킹(Eye-tracking)을 활용한 연구는 이 현상을 시각적으로 확인해 줍니다. 형광펜으로 강조된 텍스트는 읽는 사람의 시선을 더 오래 붙잡아 두고, 다른 곳으로 시선이 흩어지는 것을 막아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오종환 외, 2013; 이창현 & 차경진, 2023). 선택적 주의집중 자체가 관련 자극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간섭을 억제하는 집행 기능으로서 학습 능력을 예측하는 변수로 꼽히는 만큼(BRAIN Broad Research i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Neuroscience, 2026), 형광펜은 이 필터링 과정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도와주는 도구인 셈입니다(안형모 외, 2012).
형광펜의 효과는 그 순간의 집중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특정 항목에 부여된 현저성은 그 정보를 더 잘 기억하게 만들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더 쉽게 인출(Recall)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임동훈 외, 2010). 실제로 단순히 반복해서 읽는(Rereading) 전략보다 하이라이팅이나 노트 필기를 함께 하는 쪽이, 일주일 뒤 치른 지연 회상(Delayed recall) 테스트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do Amaral & Tomitch, 2022).
여기에는 일종의 '보호 기제'도 작동합니다. 하이라이팅은 새로 들어오는 정보가 이미 학습한 내용을 방해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새로운 학습이 중요한 부분에 집중되도록 제약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Yoshida & Burling, 2012). 형광펜 한 줄이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기억이 자리 잡는 과정 자체에 관여하는 셈입니다.
바쁠수록 형광펜이 필요해지는 이유
디지털 읽기 환경이 익숙해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스킴 리딩(Skim reading)'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형광펜의 효율성은 더 두드러집니다(오종환, 2014). 짧은 시간 안에 글의 요지를 파악해야 할 때, 하이라이팅은 시각적 단서를 제공해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기억하는 단어의 양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습니다(오종환 외, 2013).
학습 자료가 복잡하거나 분량이 많을 때는 하이라이팅이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부담을 줄여주는 도구로도 활용됩니다(Andrzejewska et al., 2025; Aulia et al., 2024). 특히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ADHD 경향이 있는 학습자에게 핵심 용어를 하이라이팅해 주는 것은 부주의한 행동을 줄이고 과제 수행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Santos & Albuquerque, 2021).
그런데 여기까지 읽으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해보지 않으셨나요?
방금 지나온 문단마다 (저자, 연도) 형태의 인용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쯤은 "이 내용이 정말 그 논문에 그렇게 쓰여 있나?" 확인해보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확인하려면 논문을 찾아 열고, 처음부터 훑어 내려가며 해당 문장을 직접 찾아야 합니다. 몇 번 해보면 알게 되죠. 확인은 번거로운 일이라는 걸.
그리고 번거로운 확인은 결국 건너뛰게 됩니다.
지금까지 AI가 내놓은 답변이 딱 그랬습니다. 근거는 분명히 있는데, 그 근거가 원문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형광펜이 없는 논문을 건네받은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DBpia AI 뷰어가 대신 형광펜을 들었습니다.
DBpia AI가 답변의 근거가 된 원문에 형광펜을 칠해 보여드립니다
이제 DBpia AI 뷰어의 답변 속 인용 표시(예: P16)를 클릭하면, 원문의 해당 페이지로 이동해 답변의 근거가 된 부분이 곧바로 하이라이트됩니다. 답변이 여러 곳을 인용했다면 인용 표시도 그만큼 여러 개로 나뉘어 표시돼, 하나씩 원문과 대조하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형광펜을 직접 긋지 않아도, 찾아가야 할 자리에 이미 색이 칠해져 있는 셈입니다.
이 기능은 지난 6월 DBpia AI 리더에 먼저 도입됐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있습니다.
도입 이후 이용자 1인당 인용 클릭 수가 31% 넘게 늘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용자가 갑자기 성실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달라진 건 찾아가는 경로의 길이뿐이었습니다. 확인을 가로막고 있던 것이 의지가 아니라 번거로움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서 논문들이 말한 것처럼, 표시 하나가 '다시 찾아오는 비용'을 줄이자 실제로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용자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기능임을 AI 리더에서 확인한 만큼, 같은 방식을 이번에 AI 뷰어에도 적용했습니다.
다만 요약에 대한 하이라이팅은 아직 정확도를 검증해나가는 단계라, 우선 KCI 등재 논문에 한해 제공됩니다. 반면 채팅 답변에 대한 인용 하이라이팅은 대상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과 태블릿, 모바일 웹에서 모두 이용 가능합니다.
DBpia AI가 논문에 형광펜을 칠하는 이유
DBpia AI 화면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AI는 연구를 돕는 도구예요. 답변은 출발점으로 삼고, 원문을 직접 확인해주세요."
원문을 직접 확인해달라고 말하려면, 확인하는 길부터 짧게 만들어두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그 순서를 지키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책상 위의 형광펜이 미래의 나를 위한 표시였듯, DBpia AI 뷰어의 하이라이팅도 답변을 받은 다음 순간을 위한 표시인 셈입니다.
이 글에 인용된 논문부터, DBpia AI 뷰어와 함께 읽어볼까요?
참고문헌 (클릭하여 목록을 펼쳐보세요.)
- 안형모, 남상천, & 송기상. (2012). 이러닝 학습 환경에서 생체신호를 활용한 학습 집중도 측정 방안. 한국컴퓨터교육학회 학술발표대회논문집, 16(2), 212-216.DBpia에서 논문 읽기
- 오종환. (2014). 온라인 문서에서 하이라이트의 효과 및 생성 방법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 오종환, 남성진, & 이준환. (2013). 스킴 리딩 행동에서 하이라이트의 효과와 생성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567-570.DBpia에서 논문 읽기
- 이창현, & 차경진. (2023). 인간 시선 기반의 텍스트 하이라이팅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범 연구.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DBpia에서 논문 읽기
- 임동훈, 김보성, & 민윤기. (2010). 기억 항목에 부여된 현저성이 기억 수행에 미치는 영향. 사회과학연구, 21(1), 245-266.DBpia에서 논문 읽기
- Andrzejewska, M., Stolińska, A., & Baran, W. (2025). The effects of colour coding on problem-solving strategies and cognitive engagement: Insights from eye-tracking research. Applied Sciences, 15(21).
- Aulia, S. S., Hisan, N. K., Salsabila, N., Farel, T. A., Samosir, R. T., & Trirahardjo, S. (2024). Pengaruh pemberian highlight pada teks terhadap kemampuan working memory pada mahasiswa fakultas psikologi Universitas Padjadjaran angkatan 2023. Jurnal Diversita, 10(2).
- Panc, T., Bocoș, M., Manea, C., Neacșu, M., Bădoi-Hammami, M., Triff, Z., Colareza, C., & Bănariu, G. (2026). Selective Attention as a Predictor of Learning Capacity: A Correlational Study in Young Adults. BRAIN. Broad Research I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Neuroscience, 17(1), 254-268.
- do Amaral, J., & Tomitch, L. M. B. (2022). Comparing the effectiveness of study strategies on comprehension, retention, and learning from L2 English texts. Letras de Hoje, 57(1).
- Santos, W. M. d., & Albuquerque, A. R. d. (2021). Effect of words highlighting in school tasks upon typical ADHD behaviors. Psicologia Teoria e Pesquisa, 37.
- Yoshida, H., & Burling, J. M. (2012). Highlighting: A mechanism relevant for word learning. Frontiers in Psychology, 3.